창세기 공부와 LA에 있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미주 본원에서 하는 연수를 마치고 - 김명환 안드레아
창세기 공부와 연수를 마치고
미국에 와서 영세를 받은 지 40년이 되었지만 성경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은 이번 창세기 공부가 처음이다. 실제로 성경을 일관되게 읽은 것도 신부님이 복음 다섯번 읽기 운동을 시작한 후이다. 복음을 네번 읽고 나니 나머지 신약이 궁금해져서 사도행전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읽게 되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성경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 성당에서 창세기 공부 기회가 주어졌다. 하고는 싶은데 그 기간 중에 근 한달을 빠질 수 밖에 없어 가능할까가 걱정이었다. 다행히 봉사자께서 나중에 보충 수업을 해 줄터이니 걱정말고 공부하라고 해서 시작했다.
성경을 혼자 그냥 읽는 것과 공부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창세기의 경우 예전에 혼자 읽었을 때는 하느님의 창조 과정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야기에 의문이 생기고, 요즈음의 막장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딸과 아버지의 관계나 시아버지와 며느리 관계에 기가 막혔었다. 그러나 창세기 공부를 통해 당시의 문화와 창세기가 편집된 배경을 이해하게 되니 이런 지엽적인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게 되고, 숲을 보게 되니 나무가 제대로 보이게 된 것이다.
창세기 공부는 14과로 나누어 한다. 각 과마다 해당 성경 구절을 읽고 참고서에서 그에 관한 해설을 보고, 문제집에 있는 배움 문제와 묵상 주제에 관해 자신의 답과 묵상을 준비한 다음, 그룹 모임에서 각자 준비해온 것을 나누고, 봉사자의 보충 설명을 듣는 것으로, 아주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우리 그룹에는 6명의 그룹원이 있었는데 공부기간 중 삶에서 아주 힘든 일을 겪은 분, 건강이 힘드신 분들도 계셨는데 모두들 열심히 준비하고 나누었다. 여럿이 하는 공부가 혼자 하는 공부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여러 사람들에게서 생기는 synergy 효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가 끝난 후 LA에 있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미주 본원에서 하는 연수에 다녀왔다. 토요일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해 일요일 오후 4시 미사로 끝나는 이 연수에는 우리 성당에서 4명 그리고 LA 지역 성당에서 13명이 참가했다. 그리고 많은 봉사자들이 진행과 식사 준비를 도와주었다. 연수를 지도하신 조 루시아 수녀님의 강의는 쪽집게 과외를 받는 것 같았다. 짧은 강의 시간 동안 중요한 부분을 쏙쏙 빼서 정리해 주셨다. 강의 외에 그룹으로 나누어 활동과 나눔 시간도 가졌다.
창세기 공부와 연수를 통해 내가 무엇을 얻고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정리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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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종교 생활을 하며 영성의 발전과 믿음의 성장 두 가지를 추구한다. 영성의 발전은 내가 인간답게 사는 법, 즉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믿음의 성장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신 구세주(그리스도)라는 믿음을 깊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은 관련이 있고 서로 보완을 한다고 생각한다. 창세기 공부는 나에게 영성의 발전과 믿음의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었다. 창세기에서는 인간 (세상)이 하느님의 사랑과 기쁨 속에서 하느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창조 설화가 이렇게 긍정적이고 평화롭지는 않다. 창세기가 편집된 당시 유다인을 지배했던 바빌로니아 사람들의 창조 설화는 싸움에서 이긴 남신이 패배한 여신을 둘로 찢어 하늘과 땅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믿었던 인간 창조의 원동력은 파괴와 폭력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창조되었느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인간이 사랑과 기쁨 속에서 하느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창세기의 이야기는 우리가 삶을 사랑과 기쁨으로 살아가야하고 그것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믿음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었다. 창세기는 사실 구약의 조그만 한 부분이고 그 안에는 구세주(그리스도)에 대한 언급도 없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 선조들에게 역사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예수님이 어떻게 이 선조들과 연결이 되고, 유대교의 전통 속에서 태어난 예수님이 이를 뛰어넘어 온 인류의 그리스도로서 새로운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게 되는지 더 잘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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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에 나오는 선조들이 인간적 결함을 많이 갖고 있어 친근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선조를 미화시키거나 우상화시키지 않았다. 그들은 현재의 우리와 별로 다를 바가 없고 어떤 면에서는 더 약삭빠르고 결함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창세기에서는 하느님이 이런 결점 투성이의 인간들을 사랑하시고 그들의 삶 속에서 활동하심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나와 상관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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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과마다 묵상 과제가 있어서 억지로라도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특별한 이유없이 담담하게 자신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과제이기 때문에 여러 주제를 갖고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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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공부는 최소 15주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하는 공부 중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한 공부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LA 연수 때 알게 되었는데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 1972년 유신체제에서 위수령으로 대학 휴교가 많을 때였다고 한다. 현재 우리 공동체 성서 공부를 지도해 주시는 조 마오로 수녀님께서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성서 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2300명의 봉사자들이 한국 이외에도 미국, 홍콩, 독일, 베트남, 아르헨티나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공동체는 1980년도 후반에 조 마오로 수녀님이 공동체 수녀님으로 계실 때 성서 공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수녀님이 LA로 내려 가신 후 중단되었다가 2012년 인덕마리아 수녀님의 지도로 다시 재개되었고 2013년부터는 조 수녀님께서 다시 지도해주시고 계신다. 창세기, 탈출기, 마르코 복음의 공부가 있었는데 지금까지의 수료자가 약 150명 정도이고 현재 7명의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가 하는 성서 공부의 창시자인 조 마오로 수녀님께서 함께 해 주시니 우리는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기사/사진제공: 김명환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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