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40주간 묵상 3 -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작성자

김명환 안드레아

작성날짜

08-23-2021 Monday

성서 40주간 묵상 3 -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성서 40주간 묵상 3 -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요.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  (마태 20,13-15)

포도밭에 제일 늦게 와서 일을 한 일꾼들과 똑같은 품삯을 받게 된 처음 온 일꾼들이 불평을 하자 포도밭 주인이 한 말이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마태20,1-12)

포도밭 주인은 아침 일찍 나가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품삯을 합의하고 일꾼들을 사서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그후 아홉시, 열두 시, 오후 세시 쯤에도 일꾼들을 사서 보내고, 오후 다섯시 쯤에 나가 아무도 사가지 않은 일꾼들을 밭으로 보냈다.  저녁이 되어 일이 끝나자 포도밭 주인은 관리인에게 나중에 온 일꾼부터 한 데나리온씩 품삯을 지급하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아침 일찍 와서 시작한 일꾼들은 품삯을 더 받으려니 기대했는데 오후 다섯시에 온 일꾼들과 똑같은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받게 되었다. 

나는 예수님의 하늘 나라 비유 중에서 이 비유가 가장 수긍하기 힘들었었다.  새벽부터 일한 일꾼들과 끝나기 직전에 와서 잠깐 일한 일꾼들에게 똑같은 보상을 주는 것은, 물론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공정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횡포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라는 심정이었다.

나의 이런 심정의 바탕에는 공정한 사회에서는 일을 한 만큼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나의 이런 생각은 당시 내가 하느님을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반영해 주고 있다고 본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공덕과 죄에 따른 보상과 처벌의 관점으로 인식하여 왔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내가 죄를 지으면 응분의 벌을 받게 되거나 적어도 하느님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받을 자격이 적어지게 되고, 공덕을 쌓으면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많아지게 되고 실제로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과응보를 기본으로 하는 거래 관계인 셈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만큼 잘하고 있으니 하느님께 원하는 것을 보상으로 해 달라거나, 곧 생길 것 같은 어려움을 면하게 해 달라는 흥정을 하기도 했다.  반면에 힘든 일이 생기면 이것이 내가 지은 죄에 대한 처벌로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그러니까 하느님은 하늘에서 나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며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그에 따라 보상과 처벌을 하시는 심판관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인과응보의 게임에서 되도록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며 행동하는 선수였다. 

하느님이 우리의 자격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즉 선한 포도밭 주인의 행동이 하느님 나라에서는 공정의 기본이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깨달음은 내가 침묵 기도를 권장하는 현대의 기독교 신비가 (mystic) 들의 영성에 접하게 되고 또한 나 자신 상당히 어려운 시련을 겪으면서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경험들은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에 대한 나의 생각의 틀을 바꾸어 주기 시작했다.

“가장 큰 계명”에 대한 묵상에서 말 했듯이 우리들의 거짓 자아 (false self) 는 안정과 존중, 통제의 욕구 충족을 가장 중요시하고 이 욕구 충족을 위하여 에고가 동력이 되어 남들과 경쟁을 하게 만든다.  경쟁이 사회 생활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면 그것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는 규칙이 중요하게 된다.  그래서 법과 질서가 강조되고 법을 위반하면 응당한 벌이 주어지고 경쟁의 결과에 따라 보상이 주어 지는 것이 사회의 기본 가치로 자리잡는다.  이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합리적인 가치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런 가치관의 사회는 하느님의 나라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선한 포도밭 주인을 통해 분명히 말씀하시고 있다고 묵상을 해본다.  

하느님 나라의 가치관을 이해하려면 우리들 인생의 근본적 불공평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 모두는 다른 능력과 배경에서 출발점이 다르게 태어나고 영양공급이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게 되는데 이런 차이는 무시하고 오직 결과만 가지고 평가를 하고 보상을 한다면 그 시스템 자체가 불공평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인생의 근본적 불공평을 감안하면 선한 포도밭 주인의 행동이 공정한 처사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모두에게 똑같은 보상을 해주는 방법이 오히려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현세적 가치관이 초래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본다.  포도밭 주인이 다섯시에 데리고 온 일꾼도 아침부터 나와서 일거리를 찾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는 고용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공정을 이해하려면 현세적인 생각의 틀이 바뀌어야 가능한 것 같다.  현세적인 생각의 틀에 따른 공정을 신봉하던 내가 이 비유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당연했다.  내가 선한 포도밭 주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유를 사도 바오로가 잘 지적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현세적 인간은 하느님의 영에게서 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영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기에 그러한 사람은 그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1 코린 2.14).  

하느님께서 우리의 공덕이나 죄와 상관없이 우리를 똑같이 사랑하시고 계시다는 것, 또 나의 현세적 욕구충족을 위한 욕심과 에고가 영적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해서 나 자신이 금방 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에고를 내려 놓고 현세적 욕구에서 자유스러워지는 수련은 아마도 죽을 때 까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는 일은 아주 어려운 평생의 과제임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에 대한 깨달음은 나의 영적 여정에서 내가 가야할 방향을 계속해서 비추어 주는 등대와 같을 것이다. 이 등대는 내가 너무 길을 벗어나면 제대로 방향을 잡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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