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이분법적 (Non-dualistic) 사고

작성자

김명환 안드레아

작성날짜

08-07-2019 Wednesday
 
(2019년 향심기도 침묵 피정 렉시오 디비나 묵상)

 “율법에 따른 행위에 의지하는 자들은 다 저주 아래 있습니다. '율법서에 기록된 모든 것을 한결같이 실천하지 않는 자는 모두 저주를 받는다' 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스스로 저주받은 몸이 되시어, 우리를 율법의 저주에서 속량해 주셨습니다.” (갈라 3,10; 3,13)

 율법은 지키느냐, 안 지키냐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도 한결같이 실천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신명기의 말씀처럼 100번을 지키다가도 한번 안 지키면 위반한 것이 되고, 평생을 지키다가도 한번 삐끗하면 심한 경우에는 죽음까지 당할 수 있는 지독한 이분법 (dualism), 흑백논리의 대표적인 예 입니다. 우리의 사고 체제는 이런 이분법적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 우리는 손쉽게 “선하다 악하다, 이쁘다 밉다, 똑똑하다 바보다” 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쉽게 내리는 두 결론 사이에는 광범위한 정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나 일에도 어두운 면이 있고 아무리 악한 사람이나 사건도 자세히 보면 선한 면이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하다고 알려진 사람도 어떤 일에는 바보 같고 아무리 바보 같은 사람도 똑똑하게 잘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 체제는 단세포적이고 그에 따른 판단은 편협하고 위험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이 갖고 있는 이러한 이분법 (dualism)적 사고나 행동의 위험과 피해를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그 틀에서 벗어나라고 가르치십니다. 요한 복음 8장 1절에서 11절에 나오는 간음하는 여인의 경우가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됩니다. 율법의 흑백 논리, 이분법으로 따지면 그 여자는 돌에 맞아 죽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군중들에게 “죄 없는 사람부터 먼저 돌을 던져라”고 하시면서 군중들에게 자신 안에 있는, 흑백으로 간단히 나눌 수 없는, 그림자/어두운 면모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유대교의 율법주의가 단순하고 형식적으로 인간을 죄인이다 아니다라고 판정하는 과정에는 사랑과 연민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사랑과 연민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가르치십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판정하는데 미리 만들어 놓은 틀에 그냥 따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비 이분법적 (non-dualistic) 사고 체제를 갖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이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이분법 (dualism)과 비 이분법 (non-dualism)의 차이는 우리의 사고 체제 뿐만 아니라 관계에 있어서도 나타납니다. 우리는 인간 관계에 있어서 너와 나는 별개의 독립적 존재이고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하느님과 나를 분리된 관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 우리, 나의 집단, 나의 종파와 대치되는 관계로 너, 너희, 너희 집단, 너희 종파로 인식하고 나눕니다. 개인 이기주의 , 집단 이기주의, 계층 이기주의, 종파 이기주의의 근본 원인은 바로 관계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들의 이러한 이분법적 인식에서 비롯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인종 간의 갈등, 종교적 갈등, 빈부 격차 등의 문제들은 우리들이 점점 이렇게 나와 우리 만을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되어 가면서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처음 엿새 동안 빛으로부터 시작해서 인간까지 창조하시고 거의 매일 창조물을 보시고 좋아 하셨습니다. 창조물 하나 하나는 하느님이 그것을 만든 뜻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창조물은 하느님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연을 맺고 있습니다. 그중 특히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그 안에 하느님께서 존재하신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계신 이 하느님을 우리는 우리의 참 모습, 참 자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하느님을 통해 연결되어있는 연대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의 모든 것과 연을 맺고 있고 다른 인간들과 연대 관계에 있다는 비 이분법적 (non-dualistic) 관계 인식을 갖게 되면 이들을 좀더 사랑과 연민으로 대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 가짐이 현재의 어려운 환경 문제, 인종 문제, 종파간 갈등 문제, 빈부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스스로 저주받은 몸이 되시어,
우리를 dualism의 저주에서 속량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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