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를 기억하시나요?

작성자

김관숙 크리스티나

작성날짜

03-15-2019 Friday
 

 나는 모태 신앙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톨릭 신자가 된 우리 형제들은 어머니의 엄격한 신앙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저녁이면 뛰어 놀다가도 불려와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 만과(저녁기도)를 바치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올바른 신앙인으로 성장하여 살아가길 바랐던 어머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경을 읽을 기회도 없었고 미사도 제대를 향한 사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해 할 수 없는 라틴어로 응송을 하는 그런 시대를 살았던 나의 신앙은 극히 관념적이었다.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로 고생하는 딸을 가슴 아파하시던 어머니는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도 전에 돌아가시고 나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관념적이던 신앙은 아무런 힘도 도움도 되지 못했다.

  답답한 심정으로 본당 신부님을 찾았다. 어머니도 안 계신 세상에서 맞는 위기는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신부님은 상처 받고 아파하는 ‘한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교회법을 더 소중히 아는 젊은 사제였다. 단 한 마디의 위로는커녕 준엄한 질책에 휘청이며 사제관을 나섰다.
 신부님, 교회법으로만 살 수 없는 인생살이도 있는 거랍니다. 그런 말을 입 안에 문 채 성당 문을 나서는 내 등 뒤로 교회의 철문이 육중하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교회가, 천주님이 나를 버리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먼저 버려주겠다!

  그 이후 십여 년, 나는 그야말로 길 잃은 양이 되어 세상의 파도 한 가운데를 홀로 걸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는 그 세월은 너무 어둡고 아득하다.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치며 헤매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닫고 보면 낯선 거리, 낯선 성당 건물 앞이었다. 내 쪽에서 교회를 버려 주겠다고 오기를 부리던 순간은 다 잊어 버린 채 빈 성당 감실 앞에 하염없이 앉았다가 나오면 그나마 마음이 차분해지던 거였다. 그런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그런 식으로 나를 부르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주님을 찾게 된 계기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눈앞에 둔 때였다. 당시 나는 영혼이 만신창이로 너덜너덜해 진 고아에 다름 아니었다.

  아, 나한테는 하느님이 계셨지!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묵주를 찾았지만 기도 책도 묵주도 내 손을 떠난 지 한참이었다. 어디에서 구했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1단짜리 목제 묵주를 사서 들고 다니며 묵주 알이 까맣게 반들거릴 정도로 기도에 매달렸다. 그 결과 나는 극적으로 위기를 벗어났고 마침내 하느님을 만났다.

  십여 년 만에 내 발로 성당을 찾아가 주일 미사를 드리던 날을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잊을 수가 없을 거 같다. 신축을 앞둔 작은 성당 제대 앞에 앉아 십자 고상을 바라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주님, 저를 기억하시나요?

  순간 걷잡을 수 없게 눈물샘이 터졌다. 펑펑 울면서 미사를 드리는 동안 이상하게도 나는 구원을 받았다는 믿음이 솟구쳤다.

  '그 때에 열두 해 동안 혈류증을 앓던 여자가 예수님 뒤로 다가가 그분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었다. 그는 속으로 내가 저 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돌아 서시어 그 여자를 보시며 이르셨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로 '그 때'에 그 부인은 구원을 받았다.'

  나 역시 십자 고상 앞에서 눈물을 쏟았지만 사제의 손으로 집전한 미사 안에서, '바로 그 때' 구원은 이루어졌고 나 또한 구원의 확신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한 때 본당 사제가 야속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제로서는 당연한 태도였다고 이해 되지만 그 때는 그랬다. 얼마나 힘드냐? 한 마디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 십여 년의 방황은 없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혹독한 시련이 있었기에 내 믿음이 조금은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을 말하자면 주님은 나를 기억하고 계셨고, 내가 버린다고 마음대로 버려지는 하느님이 아니라는 사실의 명백함이다. 왜냐하면 그 분께서 나를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선택한 자는 대상을 마음대로 버릴 수 있지만 선택 받은 자는 선택한 자가 버리지 않는 한 그 끈을 벗어날 수 없으니까.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실 것이다.' (요한 15,16 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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