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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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차가운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가로등과 가로수는 반짝이는 화려한 옷을 입는다. 마을의 처마 밑과 창가에도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골목을 환히 밝히고 있다. 나도 가슴 속에 담아둔 별을 꺼내 크리스마스트리 위에 올리며 지난 한 해 동안 나와 정을 나누었던 따뜻한 분들을 생각한다. 작가 최인호의 책 '인연'에서 '우리 모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다. 이 별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소멸하는 것은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다. 이 신의 섭리를 인연이라고 부른다. 이 인연이 소중한 것은 서로 반짝이게 해주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약 20여 년 전만 해도 새해가 되면 책상에 앉아 지인들의 주소록을 새 수첩에 옮겨 적곤 했다. 한 해 동안 추가된 이름을 볼펜으로 꼭꼭 눌러 적으며 이 인연이 오래가길 빌었다. 지금은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가 등장하면서 옷깃을 스친 인연들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기를 알아 달라고 전자음 소리를 낸다. 해가 갈수록 나를 찾는 소리가 잦다. 서로 잊고 살았던 사람들이 사회 관계망을 통해 국내와 국외를 넘나들며 연락을 주고받는다. 기록된 숫자가 늘어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나 공지사항을 단체로 전송을 한다. 한 사람이 수십, 수백 명을 부른다. 던바의 숫자(Dunbar's Number)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은 한 사람이 아무리 인간관계를 폭넓게 형성해도 실제적인 관계는 150명 내외라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용량이 제한되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대인 관계를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한때 마당발이라 불렸던 나는 몇 명의 사람과 관계가 이루어질까. 가족, 친척, 친구, 동호회, 의사, 미용사 등. 내가 전화기에 기록해둔 숫자는 150을 훨씬 넘는다. 그러나 운전을 하지 않고 아주 조용히 사는 나와 자주 연락하는 숫자는 몇십 명에 불과할 뿐이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 이러한 인연이 지속된다면 축복받은 사람이다. 영국의 인류학자 던바는 한 사람이 무한한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 준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진정한 이웃에게 감사함을 보낸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 안에서 소중하게 맺은 인연을 생각하는 계절이다. 조용히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형제 자매님, 오가는 길목에서 목례만 드려도 웃어주시는 분, 지난주 못 봤다고 전화 주시는 분 등등. 한 해 동안 따뜻한 손길과 사랑을 주신 모든 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행복한 성탄절 맞이하시길 바라며 2019년에도 하느님 안에서 건강과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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