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원이다

작성자

김관숙 크리스티나

작성날짜

04-13-2018 Friday

 

 나는 인덕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이만큼 사는 것도 허물투성이인 나를 탓하지 않고 감싸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내가 독신인 데다 가난한 글쟁이어서 그런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나를 풀 코스로 대접하는 사람이 많다. 먼 거리 마다하지 않고 승용차로 실어 나르는데다 밥값 차값을 도맡아 지불해 주기 때문에 나는 입만 가지고 따라 다니면 된다.

 나도 밥 값 정도는 낼 능력이 있는데도 그들은 한사코 내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한다. 처음에는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고 심리적인 부담도 생겨서 차값이라도 내가 내려고 실랑이를 벌였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내가 풀 코스로 대접을 받은 것처럼 내게도 풀 코스로 대접해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은 갑에게 빌린 돈은 꼭 갑에게 갚아야 하는 물질의 부채와는 다르다. 갑에게 받은 걸 을이나 병에게 갚아도 뒤탈이 없는 사랑 변제법은 아주 편리하다.

 누가 음식이나 생활용품을 주겠다고 하면 나는 사양하지 않고 받는다. 주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받아 줌으로 주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다. 우리 가족이 먹기에 많은 분량의 음식이면 이웃과 나누고 생활용품 역시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

 사랑을 나눌 때 조심할 부분이 있기는 하다. 특히 주는 입장에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질일 경우 베푼다는 의식이나 자기만족의 불순한 감정이 섞여 있으면 받는 쪽에서도 그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 차리는 법이다. 그렇게 되면 사랑을 주는 게 아니라 상처를 주는 결과가 되기 십상이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사랑은 나눔이지 베푸는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눔의 정신 안에는 베푸는 자의 오만이나 자기 만족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느 날 큰 딸이 내게 안 입고 안 쓰는 물건 있으면 골라 놓으란다. 교회에서 가라지 세일을 한다는 거였다.

 큰애가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는 성경공부 그룹에는 중증의 장애아를 둔 엄마가 두 명이 있다고 한다. 그네들의 얼굴은 늘 어둡고 기도할 때마다 눈물이 홍수를 이룬다고 해서 그 말을 전해 듣는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미국에 복지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자식이 장애를 가졌으면 부모에게는 큰 십자가인 것이다. 물론 전문 시설에 맡기는 부모도 있지만 웬만하면 집에서 거두고 싶은 게 부모의 심정이다.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자식을 거두자면 고통스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특별한 경우에는 사람을 부르기도 하지만 경비가 만만치 않으니 부부가 함께 시간을 가지며 즐긴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그래서 부부간 사이가 벌어지고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성경 그룹에서 계획하는 가라지 세일은 장애아를 둔 두 엄마를 위한 '몰래 행사'였다.

 식당 티켓과 부부가 외출하는 시간에 아픈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전문 간호사를 부르는 경비를 마련하는 가라지 세일은 성공적이었다고 들었다.

 크리스천은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위로 받으며 살아야 하지만 때로는 그분의 사랑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어떤 '증거'도 필요하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가라지 세일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마음씨야말로 '하느님 사랑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들 부부는 다시 힘을 내어 아픈 아이를 열심이 사랑하며 거둘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 돌고 돌면서 꽃을 피우는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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