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뜻과 우리의 뜻

작성자

김관숙 크리스티나

작성날짜

03-08-2018 Thursday
 

 황금 돼지의 해라고 떠들썩 하던 그 해 새해를 맞으며 큰딸과 나는 덩달아 들떠 있었다.
 딸 내외는 두 공주를 낳고 단산을 한 뒤 둘째가 만 세 살이 된 터라 우리 모녀는 다소 시간의 여유가 생긴 거였다. 이제부터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할 차례라며 각기 일년 계획을 짜느라 속내로는 무척 분주했다.

 나는 마무리 짓지 못한 장편을 완성하여 9월이나 10월쯤 4년만의 고국 나들이를 할 기대감에 부풀었고 딸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공부도 계속하고 싶어했다. 실제로 구체적인 계획안을 작성해 놓고 어떻게 하면 시간을 배분하여 서로 협조하는가 의논했다. 그러나 계획을 제대로 실천해 보기도 전에 우리는 된통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부부가 합의하여 둘째 출생 후 사위가 불임수술을 받았는데 뜻밖에도 셋째가 생겼다는 거였다.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 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라는 야고보 서간의 '주님께서 원하시면…' 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은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봄을 맞고 여름을 보냈다. 나는 워낙 아기들을 좋아하는 터라 내 계획이 물 건너 갔음에도 먼저 기뻤다. 그 다음은 아들을 주시려나, 라는 기대감이었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나는 아기는 복이 많다는 신년의 속설들이 머리에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마음을 돌렸다. 하느님은 우리네 공식대로 움직이시는 분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도 인간적인 기대감을 버리고 온전히 마음을 비우기는 어려웠다. 불임수술의 실패율은 천분의 일의 확률이라고 하는데 결코 많지 않은 확률 안에 우리를 끼워 넣은 데에는 반드시 하느님의 심상치 않은 뜻이 있을 거 같았다. 그 뜻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고 바로 내 뜻, 곧 손자를 주실지도 모른다는 아주 속물적이고 전 근대적인 기대감이 99%였다. 굳게 닫아 버린 생산 공장 문을, 실수인지 고의인지 손수 열고 생명을 생산하신 그분의 의도라면 내 아둔한 머리로는 그런 계산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쨌거나 우리의 기대치와 완전히 어긋난 임신과 출산 과정은 지루하고 힘겨웠다.
 어느 날, 양수의 다운 증후군의 수치가 높다고 해서 딸 내외가 특별검사를 받으러 간 뒤 나는 두 손 모아 간절히 빌었다.
 하느님, 딸이고 아들이고 상관 않겠습니다. 부디 건강한 아이만 주십시오. 행여 문제가 있더라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잘 키우게 해주십시오……
 잠시 후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기는 건강하다고, 이번에도 딸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전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는 말이 튀어 나왔다.   에고 하느님 이왕이면 아들을 주시지……

 이렇게 사람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심정이 다른 것이다. 어쨌거나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고 그 아기는 우리 집의 꽃이 되었다. 우리 집은 늘 화창하고 웃음꽃이 만발하는 꽃밭이었다.

 둘째 이후 아기 용품은 필요한 이들에게 다 나누어 주어서 딸랑이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선물 받고 물려 받고 빌려온 아기 용품은 가제수건 한 장 사지 않고도 충분하게 넘쳐서 다시 나누어야 할 지경이었다.

 바로 여기에 '하느님의 뜻'이 있었던 것을 미처 몰랐다. 생명의 신비함이 주는 기쁨 하나만으로도 족한데 위기로 보이는 순간마다 고개 숙여 기도하게 하시고 나눔과 사랑으로 '야훼 이레'를 고난이 아닌 새 생명의 탄생으로 체험하게 하시니 축복도 이만 저만한 축복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엉뚱한 곳에서 특별한 표징을 찾으려 했으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하느님의 뜻은 거창하고 위대한 형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눈 앞에 뚝 떨어지는 게 아닌 것을. 하나의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며 역동적인 폭포가 되듯이 일상의 자잘한 기쁨과 웃음, 감사와 사랑의 순간들을 모자이크하여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그림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이 우리의 몫이자 바로 거기에 하느님의 뜻이 있다' 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Ro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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