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적

작성자

김관숙 크리스티나

작성날짜

02-23-2018 Friday

 

 벌써 옛날 일이 되어 버린 일이지만 한국 논현동 성당 성서 봉독대에 눈물 흘리는 예수님 상이 나타났다고 온통 난리가 났던 사건이 있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은 매일 성당이 미어질 정도로 참배객(?)들을 불러모았다.

 성서 봉독대 앞에는 천주교 신자는 물론 불교신자 개신교 신자, 심지어는 무신론자들까지 몰려들어 눈물로 참회의 통성 기도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몰려드는 참배객들로 성당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여서 교구청에서 문제의 성서 봉독대를 거두어 갔다는 후일담도 들었다.

 인화된 사진을 보면 영락 없이 눈물을 흘리는 예수님 상으로 보이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교구청에서 그 영상이 기적이라는 발표가 없는 걸 보면 나무의 옹이가 빛에 반사되어 그런 현상을 빚어냈을 것이라는 과학적인 해명이 맞는 모양이다.

 기적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사고나 병마의 회생에서부터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앙의 표상을 확실한 물증(?)으로 확인 받을 수 있는 기적. 복잡하고 혼탁한 불신의 시대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기적을 간절히 요구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육안으로 확인되는 불가사의한 큰 사건만이 기적은 아니다. 현대처럼 복잡하고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빠른 세상에서는 그에 따른 위기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하루에도 수백 건씩 일어나는 교통사고, 상상을 뛰어넘는 각종 범죄가 판을 친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아침에 집을 나간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와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았을 때의 변함없는 일상이 바로 기적이며 축복이다.

 우리가 미처 의식을 하지 못한다 뿐이지 하느님의 섭리와 사랑의 기적은 매일매일 우리들의 생활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알게 모르게 넘긴 육체적 정신적 위기의 순간은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되는 일 없어 삶의 의욕을 잃고 절망하고 있을 때 이웃의 따듯한 말 한마디와 사랑의 포옹으로 힘과 위안을 얻게 된 순간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고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을 기적이라고 여길 수는 없으리라. 이웃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하면서, 그 일상 안에 숨겨진 하느님의 메시지를 깨닫게 된다면 그 또한 기적이며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일상을 통해서, 이웃을 통해서 우리에게 기적을 베풀고 계시기 때문이다.

 '기적을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있을 때 기적이 생긴다.'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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