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이야기 제 20편]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2편) -김명환 안드레아

[교우 이야기 제 20편]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2편) -김명환 안드레아

기사/사진 제공: 김명환 안드레아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1편)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2편) -지금 보시는 편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3편)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4편)

5월 4일 (월:  Day 10)   Navarette – Azofra  (신부님, 사목위원, 레지오)

 

아침 식사에 1유로를 더 내면 과일을 추가할 수 있는데 마침 grapefruit이 있어 오랫만에 맛있게 먹었다.  카미노에 오렌지는 많은데 grapefruit는 드물다.  어제 성당을 못 보아 가는 길에 들렸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월요일이어서인지 공개를 안해서인지 모르겠다.  카미노의 교회들은 닫혀있는 곳이 많고 또 대부분의 교회, 뮤지엄, 관광지가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Navarette을 벗어 나오는데 배낭을 끌고 가는 사람을 봤다.  기발한 생각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한참 걸어 나왔는데 싼티아고까지 593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어 같이 걷던 알베르게에 묵었던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제 마을 입구 양조장 앞에 576km가 남았다는 계시판이 생각났다.  한참을 걸어 왔는데 더 많은 거리가 남았다는 이정표를 보니 어째 좀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보니 카미노의 이정표들은 일관성이 없고 거리 표시에도 차이가 많았다.  같이 사진을 찍은 Julie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Denver에서 온 Julie는 Martin Sheen의 영화 The Way를 보고 카미노를 걷기로 결심했단다.  내가 코엘료의 순례기 책 이야기를 하니까 오기 전에 요가 선생이 그 책을 소개해주었다며 그녀도 읽고 싶다고 한다. 

 

Najera에서 점심을 먹었다.  카미노에서 제일 흔한 점심 메뉴인 보카디오에 싫증이 난지 오래되 요즈음은 파스타를 찾아 먹는다.  점심 메뉴에 나와 있지 않더라도 파스타가 저녁 식사 첫 코스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이 만들어준다.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구면이다.  점심후 11세기때 동굴에 지었다는 성당을 보러갔다.  전설에 의하면 Sancho 대왕의 왕자가 사냥을 하던중 사냥용 독수리를 따라 이 동굴에 들어와서 성모님을 뵙고 이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씨아스터 시간이라 문이 닫혀 있었다.  4시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그냥  Azofra로 떠났다.  카미노의 많은 곳이 씨아스타로 (보통 오후  1시30분부터 4시까지) 문을 닫는다.  그런데 그것이 카미노 끝날때까지도 익숙해지지 않아 여러번 헛걸음을 하고 그때마다 아쉬웠다.   

 

Azofra로 가는 길은 끝없이 포도밭으로  이어졌다.  흙은 모두 붉은 황토색이었다. 잔설이 남아있는 먼 산봉우리도 보이고  가랑비가 내리는지 무지개가 떠있는 곳도 있다.  가면서 둘쨋날 Roncesvalles에서 저녁을 같이 먹은 일본 청년 겐지를 만났다.  겐지도 오늘 Azofra에서 묵을 예정이란다.    

Azofra의 시립 알베르게는 2인 1실에 침대도 단층으로 되어 있고 주방과 세탁 시설등이 잘 되어 있었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동네 구경을 나섰다.  어떤 bar앞에서 겐지와 50대 일본인이 맥주를 마시다가 나를 보고 합석을 권했다.  50대 일본인은 몇달전 은퇴하고 카미노를 걷고 있단다.  직장 생활, 출장 이야기, 겐지의 여행 이야기 등을 하며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저녁 식사는 Azofra로 오는 길에서 만난  70살의 한국 남자와 했다.  Pamplona에서부터 걷고 있다는데 한국에서 신던 나일론 양말을 신고 걸었더니 발에 물집이 생겨 두꺼운 양말을 샀다고 한다.  나일론 양말이 얇으면 두꺼운 양말과 함께 신는 것도 좋을거라고 해줬다.  많은 경험자들이 안에 얇은 양말을 신고 그위에 두꺼운 양말을 신으면 물집 예방에 좋다고 한다.  그 충고를 따라 나도 안에 발가락이 따로 들어가는 얇은 양말을 신고 걷는데 아직 물집 문제가 없다.  이분은 학생때 럭비를 했다는데 운동을 한 뚝심으로 대학생활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은퇴한것 같다.  부고의 선배 럭비 선수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경력이 있기에 약간 무모하다 싶게 준비를 소홀히 하고 카미노를 시작했을것 같았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분 좋은 식사였다.  

 

5월 5일 (화:  Day 11)  Azofra – Granon 

 

Azofra에서 Santo Domingo까지의 길은 밀밭이 많았다.  처음에는 포도밭이 조금 보였는데 점차 밀밭이 대세를 이루고 가끔 채소밭도 눈에 띈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 같다.  약간 경사진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밀밭과 구름이 약간 낀 좋은 날씨의 하늘이 멋진 풍광을 보여 주었다.  La Rioja 지역에 산다는 스페인 아가씨 두명이 목요일까지 휴가를 받아 Burgos까지 걷는다고 한다.  어제 부터 가끔 만나게 되면 “Buen Camino”라고 환하게 인사하는 것이 인상이 좋았다.  카미노에서 기쁘고 활기있게 걷는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에너지를 받는것 같다.  Santo Domingo에서 어제 저녁을 같이한 럭비 선수를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점심후 입장료를 내고 대성당을 구경했는데 칼자다의 도밍고 성인에 대해 많이 알게됐다.  1019년 보잘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수도원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글을 모른다고 거절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순례자를 위한 병원을 짓고 평생을 순례자들을 위해 바쳤다.  순례자들을 위해 병원과 다리등을 많이 지어 엔지니어의 주보 성인이란다.   11세기에 성인이 지은 순례자 병원은 1965년까지 쓰이다가 지금은 스페인 정부가 운영하는 5성급 호텔로 개조되었다.

대성당에서는 닭을 기르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독일인 부부와 아들이 싼티아고 순례길에 이곳 여관에 묵었는데 여관집 딸이 아들에게 한눈에 반해 버렸단다.  추파를 보냈지만 순례에 열중한 아들이 무시해 버리자 화가난 여관집 딸은 아들의 배낭에 몰래 은그릇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길을 떠나는 아들을 도둑으로 고발했다.  아들은 교수형 선고를 받았고 낙담한 부모는 그래도 순례길을 계속하기로 하고 싼티아고로 떠났다.  얼마후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부모는 아들이 교수대에 계속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기적같이 살아있었다.  도밍고 성인이 개입을 한 덕분이었다.  부모는 그길로 재판관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고했다.  저녁을 먹고 있던 재판관은 먹으려던 통닭을 가리키며 당신 아들은 이 통닭과 같은 처지라고 말하니 그 통닭이 벌떡 일어나 울었다고 한다.  이 기적을 보고 재판관이 교수대로 달려가 밧줄을 끊고 아들을 사면하였다고 한다.  그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대성당에서 닭을 기른다는데 닭은 보지 못했다.

대성당에 딸린 뮤지엄에는 도밍고 성인에 관한 것과 여러가지 성모님상들이 있었다.  중국 전교를 많이 했는지 중국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성모님상 가운데에서 젖을 주는 상이 특이하고 친근했다.

대성당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 Granon에 도착하니 3시 반이 넘었다.  오늘은 이곳 성당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서 묵기로 했다.  성당옆 강당 같은 곳에 매트레스를 깔고 잔다.  물론 남자 여자 함께 자는데 침대에서 그렇게 자는 것은 이제 완전 익숙해졌지만 바닥에 빈틈없이 놓여진 매트레스를 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되겠다고 생각되었다. 

 

 6시에 모여 오리엔테이션과 저녁 준비를 같이하고 7시에 미사, 미사후 저녁 식사 그리고 9시에 묵상 시간을 갖는 스케쥴이다.  식사 준비의 큰 일들은  봉사자들이 이미 해 놓았기에 우리는 샐러드와 테이블 준비를 도왔다.   그리고 나는 바셀로나에서 온 알베르와 오늘 저녁의 메인 요리인 염소구이를 100m 쯤 떨어진 동네 베이커리로 날라 그곳 오븐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도록 도왔다.  7시 미사는 순례자들과 그곳 노인들이 참석했다.  미사끝에 순례자 강복이 있은후 신부님이 성당 구경을 시켜줬다.  12세기에 지은 성당의 내부를 설명하고 400년전에 금을 넣어 만든 제의와 제구등에 대해 설명했다.  통역은 알베르가 했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하루에 40km씩 걷고 있단다.

저녁은 샐러드, 염소구이, mashed potato, 디저트, 와인이었다.  식사 기도를 한국어, 독일어, 스페인어로 했다.  마침 한국 아가씨가 마주 앉아 있어 카미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보다  2일 전에 쌩장에서 시작했는데 천천히 걸을 계획이란다.  Logrono의 중국 마켓에서 쌀과 라면을 사서 해먹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오늘도 가이드 북에는 이곳에 부엌이 있다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부엌을 쓸 수가 없었단다.  라면이 많아 하나 주겠다고 해서 사양했었다. 그런데 나도 언젠가 라면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맙게 받아 배낭에 넣어 두었다.  식사후 모두 설겆이와 뒷정리를 도운후  9시에 성당 2층 성가대 자리에 앉아 묵상 시간을 가졌다.  침묵속에 각자 자신의 카미노를 묵상한후 큰 초를 돌리며 원하는 사람은 모국어로 기도를 했다.  마지막으로 둥그렇게 서서 돌며 일일이 좋은 카미노가 되기를 기원했다.

5월 6일 (수:  Day 12)  Granon – Villafranca 

 

아침 식사는 커피, 밀크, 빵등을 간단히 제공하고 있었다.  이 알베르게는 정해진 가격이 없고 떠날 때 각자 도네이션을 하도록 되어있다.  Granon은 La Rioja 자치 지역의 마지막 마을이다.  Castilla y Leon 자치지역 표시판이 곧 나왔다.  카스티야 와 레온 자치지역은 스페인 전체 면적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가장 큰 자치지역이다. 카미노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이 지역에서 보내게 된다.  스페인의 곡창 지대답게 Granon을 지나니 포도밭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 밀밭이고 가끔 채소밭도 보인다.   

오늘 카미노는 대부분 하이웨이를 따라 걷는 길인데 밀밭 한가운데로 나있고 트래픽이 많지 않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조그만 마을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스페인 전체가 그런지 아니면 카미노라서 그런지 카미노를 걷는 내내 조그만 마을이라도 성당이 있었다.  물론 현재는 사용 안하는 성당이 많지만 옛날에 얼마나 많은 사제가 있어 그 많은 성당들을 운영 할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가끔 문을 열어놓은 성당을 만나면 잠깐씩 들어가 앉아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Belorado의 Santa Maria 성당도 열려 있었다.   14세기에 지은 이 성당의 제대뒤에는 순례자 싼티아고와 전사 싼티아고의 이미지가 모두 있었다. 싼티아고의 상이나 이미지는 대개 순례자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중세때 스페인을 점령하고 있던 이슬람을 몰아 내는 400년에 걸친 전쟁에서 중요한 전투마다 싼티아고 성인이 나타나서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란다.  싼티아고가 스페인의 주보 성인이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오늘은 길도 평탄하고 볼 곳도 많지 않아 진도가 많이 나갔다.   28km 이상을 걷고 Villafranca Montes de Oca 에서 묵었다.  이 마을은 하이웨이가 마을 한가운데로 지나가 위험했다.  저녁을 독일에서 온 50대 부부와 함께 했는데 남편은 무뚝뚝 하지만 성실한 느낌이었고 부인은 애교있고 똘똘한 인상을 줬다.  Navarrete의 젊은 독일 커플이 하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같이 묵었고 길에서도 몇번 마주쳐 초면은 아니었다.  부부가 영어를 잘 못해 구글 번역 앱을 이용하며 독일어를 조금씩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고등학교때  독일어가 제이 외국어였고 대학때도 조금 했었는데 회화를 하려니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남자는 이번이 4번째 카미노란다.  내일은 35km 떨어진 Burgos까지 갈 예정이라고 해서 감탄했다.  부부가 모두 튼튼한 체력과 다리를 가진 모양이다.

5월 7일 (목:  Day 13)  Villafranca Montes de Oca -  Cardenuela Riopico 

 

Villafranca 에서 San Juan de Ortega 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지만 지리산 둘레길에 비하면 완만하여 힘든 줄 몰랐다.  길 옆에 나무가 많았는데 높이 올라가니 모두 소나무로 바뀌였다.  정상으로 가는 거리의 반 정도 올라가니 스페인 내전 희생자를 기리는 탑이 나왔다.  스페인어로 쓰여진 설명을 대체로 이해한 바로는 2011년 이곳에서 무참히 처형된 30여명의 유골이 나왔단다.   그들을 위해 세운 탑인데 지리산 둘레길의 함양 산청 사건 추모탑이 생각났다.  전쟁에는 항상 아픔이 따르게 마련이다.

San Juan 은 Santo Domingo의 제자로 역시 순례자들을 위해 병원, 다리, 교회를 많이 지었단다.  San Juan de Ortega 의 성당에 돌로 만든 성인의 관이 있었다.  봉헌초가 많은 것을 보니 아직도 많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카미노를 걸으며 많은 성당이 복원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카미노 인기가 높은 덕택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성당도 복원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하고 있던 덴마크에서 온 Suzan 과 Nina 를 만났다.  첫날 Orisson 저녁 식사때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인데 나와 걷는 속도가 비슷한지 그동안 여러번 만났다.  같은 알베르게에 묵기도 했고.   같이 사진을 찍고 나는 조금 더 걸어와 Ages 에 와서 점심을 했다.  시립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그 옆에서 하는 식당인데 스파게티가 아주 훌륭했다. 

다음 마을인 Atapuerca는 근처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유골이 발견된 유네스코 문화 유산지가 있다.  그곳은 카미노에서 3km 떨어진 곳이라 들리기 힘들었지만  500m 떨어진 곳에 당시의 마을 모형과 information center 가 있다하여 한낮의 뙤악볕을 받으며 걸어 가 보았다.  씨아스터 시간이어서 문이 닫혀 있었다.  씨아스터가 왕복 1km를 헛수고로 만들었다. 

Atapuerca를 지나면 해발 1080m의 언덕으로 올라 가는데 왼편이 군사 지역으로 철조망이 쳐있는 통제 구간이었다.  카미노를 걸으며 처음 본 군사 지역이다.   이 언덕의 제일 높은 곳에 십자가가 있고 그 아래 돌무더기가 수북히 쌓여 있다.  순례자들이 돌을 놓으며 염원을 한 것 같다.  언덕위에 서니 Burgos가 한눈에 들어 왔다.  그래도 이곳에서 17km나 떨어져 있다.  오늘은 4km 정도 더 걷고 Cardenulea 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카미노 길은  Villaval 이라는 마을을 거쳐 가는 길과 그 마을을 비껴 직접 Cardenulea로 가는 길이 있는데 두 마을이 카미노 길 방향을 서로 자기 마을을 거쳐 가도록 고쳐놓은 흔적이 보였다.  두 마을이 가깝다 보니 어디로 걸어 내려 가느냐에 따라 자기 마을에 숙식하는 사람들 수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다.

Cardenulea 에서 사설 알베르게에 들었다.  모두 같이 저녁을 먹었다.  많은 얼굴이 낯에 익다.  내가 묵은 방은 침대가 10개 정도 있었는데 나와 프랑스에서 온 30대의 청년만 있었다.   20살때 친구와 그 친구의 80세 할머니와 함께 처음 카미노를 걸었단다.  그때 걸었던 길을 이어 Santo Domingo 에서부터 이틀 전에 걷기 시작했단다. 유럽 사람들은 카미노를 자유롭게 조금씩 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5월 8일 (금:  Day 14)  Cardenuela Riopico  -  Burgos

 

Cardenuela 에서 Burgos 까지는 거의 차도를 따라 걷기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Burgos는 인구 180,000 의  큰 도시이다.  시내로 들어 가는데  공장과 낡은 주택가를 한참 지나야했다.  카페나 Bar가 없어 화장실을 이용할 곳이 없었다.  이럴때는 도시가 훨씬 불편하다.  시내로 가는 길에 Denver에서 온 Julie를 만났다.  카미노에서 만난 독일 남자가 몸이 아파 버스를 타고 먼저 Burgos에 와 있는데 오늘 저녁 만나기로 했다며 서둘러 시내로 들어간다.   Julie가 떠나고 조금 있다가 그 독일 남자의 이름을 물어 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한 친구라면 어떤 식으로라도 귀띰을 해주는 편이 좋았을까?

 

Burgos에 도착해 미리 예약해놓은 호텔에 첵크인을 하고 나서 시내를 구경하러 나갔다.   시 가운데로 강이 흐르고 있고 구 시가는 강의 동쪽에 있었다.  멋진 성문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광장뒤에 대성당이 있었다.  대성당의 겉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다.  화려하고 우아했다.  순례자에게는 입장료 (7유로) 의 반을 할인해 주고 있었다.  성당 내부도 외부만큼 훌륭했다.  소성당이 많이 있었는데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품위가 있어 모두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중세에 지은 성당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 될 가치가 충분하였다. (아직은 바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Sagrada Familia 성당이 내가 본 성당중 가장 마음에 든다.)  

성당안에는 인상적인 성물이 많았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페이스북에 올린 나의 여행기를 본 고등학교 동기 인섭이를 통해 그 예수상이 치마입은 예수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알았다.  성 토마스의 손이라는 조각은 13-14 세기 작품인데 현대 조각품을 보는 것 같다.  중세에 만든 예수님상인데도 현대적 느낌이 나는 것도 있었다.   전사 Sant Iiago 가 Moor (이슬람)를 살해하는 이미지가 노골적이어서 특이했다.

저녁  7시 30분에 대성당에서 미사가 있어 참례했다.  미사는 이 지역의 성모 마리아 학교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여서 졸업생들로 가득차 있었다.  8명의 신부가 집전하고 대학생 합창단이 와서 성가를 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유서 깊고 우아한 성당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성가를 들으며 가진 미사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미사후 들으니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미용사 경리등 직업학교까지 있는데 여자들의 취업에 많이 기여하고 있단다.

 

저녁은 호텔에서 추천한  tapas 레스토랑에서 했는데 금요일 저녁이어서인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집은 tapas를 미리 만들어 놓고 팔지를 않고 주문을 받아 보는 앞에서 만들어 주었는데 훌륭했다.  점심도 광장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Castilla (이지역 이름) soup 이 포함된 메뉴를 시켰었는데 양파와 돼지 고기 간 것을 tomato base 로 끓인 soup이 입맛에 딱 맞았었다.

5월 9일 (토:  Day 15)  Burgos – Rabe de las Calzadas

 

큰 도시에서는 카미노 길을 찾기가 힘들다.  광장으로 와서 가이드북에 표시된 카미노 길을 찾다가 실패해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냥 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올라가다 보면 시내를 벗어나는 다리를 만나는데 그 다리가 카미노 길이란다.  다리를 건너 시내를 벗어나면 카미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수도원 (Real Monasterio de Las Huelgas) 이 있어 들려 가기로 했다.  산책 나온 중년 부부에게 수도원의 위치를 물으니 가던 길을 돌아서 수도원이 보이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남편이 영어를 잘 하기에 해외를 많이 다니는 것 같다고 하니 교육 덕분이라고 부인이 대답한다.  대부분의 그 나이 또래 스페인 사람들과는 다른 교육을 받은 모양이다.

 

수도원에 도착하니 10시에 문을 여는 것으로 나와 있다.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아 있어 기다려서 보고 갈지 포기하고 그냥 갈지를 결정해야 했다.  근처에 카페나 Bar가 있으면 화장실도 이용하고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없으면 포기하고 가기로 했다.  완전 주택가 같아서 기대를 안 했는데 카페가 하나 열려 있었다.  10시에 수도원에 가서 표를 샀는데  6유로나 했다.  순례자 할인도 없었다.  Burgos의 대성당에 비하면 비싸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나중에 투어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해설자가 있고 성당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표는 10시부터 팔았지만 문은 10시 30분에 열었다.  관람객은 대부분 단체로 온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혼자 들어가 보면서 사진도 찍고 하는데 직원이 와서 여기는 개인으로는 안되고 단체로 움직여야 하며 사진 촬영도 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나중에 보니 그 직원이 해설자였다.  스페인어를 모른다고 하니 해설이 끝날때마다 영어로 간단히 요약해 주었다.  참 운이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가다려서 겉만 보고 끝날뻔 했다.  

수도원은 클라라 봉쇄 수녀원이었다.  800년 전에 세워져 아직까지 계속되어 오고 있단다.  지금은 30명의 수녀가 있는데 대부분 나이가 많다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 온 수녀님의 국적을 이야기 하는데 꼬레아도 있었다.  금년이 800 주년이라 특별히 소장하고 있는 문서와 그림들을 공개하고 있었다.  왕조에 관한 문서와 초상화가 많았다. 이 수도원은 당시 왕이었던 알퐁소  8세가 지어 주었는데 왕과 왕비의 관이 나란히 있었다.  그 관은 우아하게 장식이 되어있고 그외에도 장식없는 관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 수녀가 된 공주들의 관이란다.  수녀님들이 미사드리는 곳,  함께 모여 기도하는 곳등을 보았다.  수도원답게 검소하고 소박하였다.  바닥은 대부분 참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400년 동안 잘 관리되었는지 짙은 갈색으로 윤이 나는 것이 기품이 있었다.   성녀 클라라의 초상화와 성상이 있었는데 많이 보아온 근엄한 표정이다.  이곳에 San Tiago  소성당이 있는데 칼을 든 팔이 움직이는San Tiago의 성상이 모셔 있는 곳이다.  옛날 싼티아고 기사단이 기사 서품식을 이곳에서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 성상은 싼티아고의 특별 전시회에 대여 되어 볼 수가 없었다.

수도원을 보고 나니 거의 정오가 다 되었다.  가이드북에 나온 지도를 보고 카미노에 다시 합류하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산책 나온 사람에게 물어 보니 따라 오라며 한참을 걸어 카미노 표시가 있는 길까지 데려다 준다.  카미노를 걸으며 항상 경험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친절이다.  수도원에서 예상외로 시간을 많이 보내 13km정도 걷고 Rabe de las Calzadas에서 묵기로 했다.  사설 알베르게에서 마지막 남은 베드를 얻었다.  그후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왔는데 알베르게에서 계속 차로 어딘가에 데려다 주고 있었다.  다음 마을까지가 8km이기 때문에 여기서 묵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무슨 대책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직은 성수기가 아닌데 벌써 잠자리가 모자라는 현상이 생긴다.  저녁 시간에는 그사람들이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한번에 할 수 없는지 나눠서 식사를 했다.  내가 식사한 시간에는 한국 젊은이 6명이 함께 했다.  그중에는 Zubiri에서 만난 다큐멘테리를 만든다는 커플도 있어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의 테이블에는 첫날 Orisson 알베르게에서 같이 저녁을 한 카나다에서 온 Pat과 Shelly도 있어 반갑게 인사했다.     

 

5월 10일  (일:  Day 16)  Rabe de las Calzadas – Castrojeriz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사먹고 나서니  7시 조금 넘었다.  아주 양호한 출발이다.  오늘부터 해발 900m 이상의 평지를 걷는다.  Meseta라고 불리는 이 고원 지대는 큰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고 대부분 밀밭이다.  토양이 좋지 않은 곳에는 밀대신 보리와 oats를 심는단다.  밭으로 만들려면 돌을 많이 골라 내야하는지 여기 저기 돌 무덤이 많았다.   해발 50 – 100m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마을들은 대개 해발 800 – 850m 에 있고 마을에는 큰 나무들도 있었다.  5월인데도 햇살이 따가웠다.  한 여름에 이곳을 걸으려면 물을 아주 많이 마셔야 할 것 같다.  한낮에는 씨아스터도 필요할 것 같다.  걷다가 50대의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은퇴해서 시간이 많아 카미노 걷기 전에 그라나다등 스페인 남부와 포르투갈을 여행하고 카미노가 끝나고 나면 바셀로나를 여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부 모두 건강히 잘 걸었다.   

Hornillos에서 점심을 먹는데 어제 저녁 보았던 Pat 과 Shelly 를 다시 만났다.  첫날 Orisson 알베르게에서 같이 저녁을 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만나고 있는 셈이다.  어제 오전 Burgos에 도착해 대성당을 보려고 했더니 특별미사가 있는 관계로 오후 6시30분이나 되어 연다고 했단다.  실망해서 택시로 Tradajos까지 왔는데 알베르게에 자리가 없어 Rabe까지 걸어왔는데 또 자리가 없었단다.  그래도 알베르게 주인의 배려로 조금 떨어진 집에서 매트레스를 깔고 잘 수 있었단다.  여러 사람이 그 집에 묵었는데 주인이 숙박비를 안 받았다고 한다.  저녁과 아침 식사하는 것으로 보충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어제 알베르게의 주인 여자가 젊은데도 활달하게 비지네스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앉아서 얘기하는 도중 Burgos 관광청에서 하는 설문 조사에 모두 응했는데 나이와 결혼 상태등 여자들에게 민감한 사안을 물어 봐서 한참 웃어가며 대답했다.  우리의 공통된 불평은 중요한 볼거리의 개관 시간이 짧고 영어 설명이 없는 곳이 많아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어제 못 걸은 거리를 만회하고 싶어 이들과 작별하고 계속 걸었다.  한  6km 쯤 걸으니  San Anton이 나온다.  옛날 수도원의 폐허가 남아있는데 이 수도원의 십자가가 T자 모양으로 특이했다.   4km를 더 걸어 Castrojeriz까지 와서 숙소에 들었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니 오늘 오다가 만났던 한국인 부부가 있었다.  같이 저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가 57년 생이라는데 일찍 결혼해 벌써 두딸 모두 시집 보냈단다.  한국과 미국의 연금, 건강보험, 젋은이들의 취업, 밴쿠버에 살고 있는 딸의 전공선택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5월 11일 (월:  Day 17)   Castrojeriz – Fromista

 

어제 저녁 이곳 성당을 갔을 때는 이미 닫혀 있어서 시간표를 보니 아침 8시에 아침기도와  8시30분에 미사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알베르게를 나와  8시에 가보니 문이 닫혀 있다.  아마 월요일이어서 성당 일정이 없는가 보다.  Castrojeriz를 나와 거의 평지같은 내리막 길을 한참 걸었다.  그런 다음 100m 고도를 올라갔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다.  카미노는 코스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오랜 기간동안 걸어야 하고 말과 음식이 다른 외국에서 걸어야 하는 것이 즐거움이자 어려움인것 같다.  

고원지대라 나무가 없어 뙤약볕을 몽땅 받으며 걸어야 하지만 넓게 펼쳐저 있는 밀밭을 가로질러 가는 맛은 나쁘지 않았다.    여전히 돌무더기는 여기 저기 보인다.  Itero de la Vega라는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여자 둘이 Bar와 Café를 선전하는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경쟁이 만만치 않다.  그중 한군데서 English breakfast라며 달걀 프라이에 bacon을 팔고 있었다.  카미노를 걸으며 처음 대하는 메뉴다.  반가워서 점심인데도 시켜 먹었다.  Bacon은 기름 투성이고 빵도 토스트 빵이 아닌 보카디오에 쓰는 빵을 잘라 놓은 것이지만 그래도 오랫만이라 맛있게 먹었다.

이 마을 입구에는 이태리 자원 봉사자들이 13세기에 지은 건물을 개조해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있다.  전기도 없는 소박한 시설에 한쪽은 같이 모여 기도할 수 있는 제대가 있고 다른쪽은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 중간에 같이 식사하는 탁자가 있다.  이곳은 봉사자들이 순례자들의 발을 닦아 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때는 시간이 너무 일러 자고 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Boadilla del Camino에서 Fromista 까지는 운하를 따라 걷는데 가로수가 커서 계속 그늘에서 걷게 되었다.  이 운하가 이곳의 젖줄인것 같다.   이 지역의 물관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고 한다.  

이 지역은 물이 많아서인지 교회 종탑에 둥지를 튼 황새가 눈에 많이 띠었다.  Castillo y Leon 자치 지역으로 들어와 가끔 보이던 황새 둥지는 이곳 고원 지대에서는 교회 종탑에 거의 빠짐없이 있고 어떤 종탑에는 서 너개 씩이나 있다.  둥지는 바람에 날려 가지 않게 돌을 섟어 만든다는데 무게가 100kg 이상 된다고 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Fromista의 알베르게에서 샤워와 빨래를 마치고 이곳 성당을 보러 나왔다.  Fromista는 중세때 순례자 병원이 여럿 있었던 곳이다.  11세기에 지은 San Martin 성당은 스페인의 정통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중 최고에 속한다고 한다.  스페인의 national monument이다.  성당 외부 돌 색깔이 온화하고 우아했다.  성당 내부도 간결하고 기둥에 새긴 조각이 정교하고 깔끔했다.  13세기에 만든 십자가상이 제대뒤에 걸려 있었는데 성당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기도나 명상을 하고 싶도록 만들었다. 

저녁은 이지역  Castillo정통 요리를 잘 한다고 가이드북이 추천한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레스토랑이 이곳의 다른 큰 교회인 San Pedro 성당 옆에 있어서 성당을 보고 들리니 8시30분 부터 저녁 식사를 제공한단다.  예약을 하고 알베르게로 왔다가 시간에 맞춰 갔다.  저녁 손님은 나와 캘리포니아 Marin County에서 온 부부가 전부였다.  메뉴가 스페인어로 되어 있었지만 웨이터가 짧은 영어로 도와 주었다.  Castilla soup과 메인으로 oxtail을 시켰다.  Castilla 지역의 특산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lamb과 pigeon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양고기를 맛있게 먹어 본적이 없어 우선 제처 놓고 비둘기를 생각해 보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자꾸만 쌘프란시스코 시청앞에 수북히 앉아있는 비둘기떼가 생각나 식욕이 안 생겼다.  Castilla soup은 세번째 먹어 보는 셈인데 제일 기름기가 많았다.  쵸리조가 한 조각 들어 있었는데 질감과 맛이 순대에 가까웠다.  Oxtail은 푹 고아 짙은 쏘스에 섞은 것이 흔히 서양 레스토랑에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무언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한가하게 저녁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9시40분이다.  알베르게의 통행 금지가 10시인 것이 생각나 아래층 카운터로가 웨이터를 찾아 계산을 하고 돌아왔다.  이 레스토랑은 내가 쓰고 있는 가이드북의 저자 John Brierley에게 많이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나도 그리고 Marin County 부부도 가이드북때문에 그집에 가게 된것이니까. 손님 대부분이 카미노 순례자나 관광객이면 그들의 편의를 위해 저녁 시간을 좀 앞당기는 것이 어떨가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짐을 싸는데 baseball cap이 없다.  생각해 보니 어제 저녁 테이블 앞자리 의자에 두었는데 그냥 나왔다.  보이는 곳에 두지 않으면 잊기 쉬운데 의자에 둔 것이 화근이었다.   Baseball cap의 제일 중요한 용도는 비오는 날 우비안에 쓰면 모자창이 얼굴을 비에 맞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얼마 동안 비가 오지 않을 예보이니 Leon에 가서 사도 될 것 같다.

5월 12일 (화:  Day 18)  Fromista – Carrion de los Condes

 

오늘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이웨이를 따라 걷게 되어있다.  하이웨이 바로 옆으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이 싫은 사람들에게 강을 따라 걷는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놓았다.  거리는 조금 멀지만 그늘도 있고 자동차 소리 없는 조용한 길이 전체 구간의 반 이상이란다.  이 길을 택했는데 경치도 좋고 물이 있어 개구리/두꺼비 소리가 자주 들린다.  강이라고 하지만 개천 크기인 이곳에서 양떼를 몰고 가던 목동이 물을 먹인다.  물이 풍부해 농사 하기에 좋은 환경인것 같다.  밀밭뿐만 아니라 가끔 채소밭도 보였다.   물을 배분하는 수로가 아주 잘 되어 있는 것 같고 물은 충분해 보였다.  어떤 곳은 밭으로 물꼬를 터 놓고 쏟아 붓는 것이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 살아서인지 물이 낭비되는 것은 보기가 힘들었다. 

큰 나무가 많아서인지 새소리도 많은데 가까운 나무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슨 새소리인지 모르겠고 멀리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는 귀에 익었다.  카미노 걸으며 뻐꾸기 소리는 많이 듣는다.  특히 고원 지대에서는 하루에도 여러번 들을 수 있었다.

 

Villacazar de Sirga에 있는 Santa Maria 성당은 스페인의 national monument로 Templar 기사단의 교회로 유명하다.  입장료까지 받았는데 불을 켜놓지 않아 성당안이 너무 어두워서 제대뒤가 잘 안 보였다.  기사단을 상징하는 칼모양의 십자가와 조각이 있었는데  어두워 깨알같은 설명서는 볼 수가 없었다.  너무 성의가 없었다.

날씨가 더운데 풀이 많은 지역을 걸어와서인지 알러지가 아주 심했다.  오늘 목적지인  Carrion에서는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묵으려고 했었는데 알러지 때문에 약을 먹고 혼자 잘 수 있는 곳을 찾아 보기로 했다.  첫번째 집은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 다음에 본 Hostal Albe는 가격도 좋고 시설도 좋았다.  Bath tub이 있어 목욕도 할 수 있었다.  마을 구경을 나가 Santiago 성당을 보았다.  Museum으로 개조되 1유로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큰 특징없이 이것 저것을 모아다 놓은 것 같았다.  교회 입구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종탑에 올라가 전체 마을을 볼 수 있었다.  간식으로 쵸리죠 튀김을 시켰는데 저녁이 되고 말았다.  동석한 독일인 부부가  Santa Maria del Camino 성당에서 8시에 순례자 미사가 있다고 알려줬다.  오는 길에 묵을 곳 찾느라  성당도 못 들리고 미사 시간도 알아 보지 못했는데  고마웠다. 

카미노의 성모님이라는 성당 이름에 맞게 많은 순례자들이 참례하였다. 미사전 동네 신자들이 묵주 기도를 드렸다. 40대로 보이는 신부가 집전을 하고 젊은 수녀가 기타 반주로 음악을 하여 분위기가 활기있었다.  신자들의 기도 하나는 영어로 했다.  미사가 끝난 후 순례자 강복을 위해 모두 나오라고 했는데 50명이 넘어 보였다.  수녀들님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묵는 사람들이 모두 미사에 참례한 것 같다.  강복은 스페인어와 영어로 이루어졌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신부님은 처음이다.  음악을 했던 수녀님이 특별 기도를 하고 젊은 여자가 영어로 통역을 해줬다.  기도가 끝난후 신부님과 나이가 좀 든 수녀님이 일일히 순례자 머리와 이마에 안수를 해주고 종이별을 선물로 주었다.  마지막으로 아기 예수를 안은 카미노의 성모상 앞에서 다같이 성가를 불렀다.  많은 노력과 준비가 보이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의식이었다.  영어로도 해 주었기에 이해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감동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순례자 미사가 카미노를 걷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미사를 통해 확인했다.  

5월 13일 (수:  Day 19)  Carrion de los Condes  - Moratinos 

 

마을에서 나오며 San Zoilo 옛 수도원을 보았다.  11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은 스페인의 national monument로 지정된 건물인데 지금은 지방 정부가 호텔로 개조하여 운영중이다. 

오늘은 밭 가운데로 한없이 걷는 평평한 길이다.  그래도 해발 800m 정도여서인지 큰 나무들이 더러 있어 가끔 그늘이 있었다.  어제와 오늘은 날씨가 덥고 또 이 지역에 나의 알러지를 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는지 계속 재채기에 콧물이 나왔다.   알러지 약을 이틀 계속 먹는 경우가 드문데 도리가 없었다.  또 하나를 먹었다. 

길에는 들꽃들이 많이 있었다.  카미노를 걸으며 여러 가지 들꽃들을 보아 왔는데 이곳에서 라벤더가 들에 피어있는 것을 처음 봤다.  그런데 라벤더는 그 후에는 흔한 들꽃이었다.  카미노를 걸으며 찍은 들꽃중에서 몇개를 올린다

Fromista의 정통Castilla 음식 레스토랑에서 본 부부를Calzadilla del la Cueza 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같이 점심을 했다.  David (74세)과 Caroline (72세) 은 쌘프란씨스코 북쪽의 Marin County에서 왔는데 Mary Wyman의 순례기를 읽고 카미노를 걷게 되었단다.  Mary는 쌘프란씨스코 지역 향심기도 (Centering Prayer) 대표를 맡고 있어 나도 잘 알고 있는데 70살 되는 해에 카미노를 걸으며 손녀에게 매일 엽서를 보냈다.  그때의 엽서와 여행하며 쓴 일기를 토대로 책을 썼는데 그 책 소개 모임에 가게 된 것이 지금 여기에 와 있게 된 이유란다.  David은 인권 변호사로 일하다 은퇴했고 지금은 공평한 교육 기회를 주자는 목적의 NGO를 도와 주고 있단다.  Caroline은 UCSF에서 social worker로 은퇴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건강 보험 시스템을 카나다 식으로 (Single Payer Health Care System) 만들려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단다.  미국 건강 보험 시스템의 문제점, 남북한 정세, 쌘프란씨스코의 한국 식당등 이야기를 나눴다.  David은 카미노를 걷다 넘어져 손을 다쳐  의사를 세번이나 봤는데 전체 비용이 150불 들었단다.  치료도 아주 전문적이었고.  미국에서 그런 치료를 받았으면 몇 천불은 나왔을거라고 우리 모두 입을 모았다.  부부는 오늘 그곳에서 묵을 거라고 했는데 그후에는 두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에 와서 알베르게 두군데를 들렸는데 처음은 아래 침대가 없다고 하고 두번째는 자리가 없단다.  미리 와 있던 50대 한국인 부부와 젊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해 줬다.  다음 마을 Moratinos의 알베르게와  hostal에 전화 해보니 알베르게는 만원이지만 hostal은 자리가 있다고 한다.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 덕분에 진도도 좀 나가고 아직도 알러지로 고생하는데 좀 편히 잠을 잘수 있겠다 싶었다.   내 가이드북은 Terradillos가 카미노의 중간 지점이란다.  이제 중간을 지난 셈이다.  Moratinos의 hostal은 지은지 얼마 안 되는것 같은데 구조가 숙박객에게 불편했다.  화장실을 두방이 같이 쓰는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전등을 침대에서 일어나 끄고 켜야하고 창문에 돌로 턱을 만들어 놨는데 부딪치기 쉽게 되어있다.  젊은 독일 부부가 운영하는데 음식값도 비싼편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묵고 싶지 않은 곳이다.  Hostal 앞에 와인을 저장하는 Bodega가 특이했다.  현재 이곳에서 와인 농사를 하는 집은 둘 밖에 없어 거의 비어 있거나 창고로 쓰인단다.  스페인의 와인 지역인 La Rijoa 를 걸으면서는 Bodega를 본적이 없는데 웬일인지 이곳에는 Bodega가 있다.  와인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방법이 다른 모양이다.  

5월 14일 (목:  Day 20)  Moratinos – Calzadilla De Los Hermanillos 

 

이곳부터  San Nicolas del Real Camino 까지 3km는 밭길을 걷지만 그 이후부터 Sahagun까지 9km는 하이웨이를 따라 걷는다.  해발 850m 가 넘는 평지이기에 나무가 별로 없다.  밀밭이 아니고 조그만 묘종을 심어논 채소밭이 많은데 규모가 상당하고 잘 손질되어 있다.  어제 본 것과는 다른 모양의 Bodega가 여기 저기 보인다.  포도밭이 근처에 없는 것을 보면 이것들도 다른 용도로 쓰일것 같다.   

Sahagun은 인구가 2,800명으로 로마시대 부터 있어 왔던 도시다.  카미노 마드리드가 이곳에서 카미노 프랑스와 만난다.  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다리의 성모님’ 이라는 조그만 성당과 로마시대의 잔재같은 문기둥이 보였다.

 

시내에 들어오니 순례자 동상이 있다.  가이드북이 추천한 길을 따라 시내를 돌며 San Lorenzo 성당을 보았다.  이곳은 돌이 귀해 벽돌로 건물을 지었다는데 돌만큼 오래 가지 못해 없어진 건물들이 많다고 한다.  San Lorenzo 성당도 벽돌로 되어있다.  문이 열려 있지 않아 밖에서만 보았다.  

시의 중심가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카미노를 걸으며 처음 채소집, 정육점, 생선가게 같은 전문 가게를 보았다.  점심 생각이 아직 없어 중심 광장의 카페에서 쥬스와 도넛을 먹으며 쉬다가 그곳에서 점심을 하던 오스트렐리아에서 온 부부와 인사했다.  카미노에서 한 두번 마주쳤었는데 남자는 인도네시아 출신이고 여자는 백인이었다.  이번이 두번째 카미노라고 한다.

시내를 나오는 곳에 10세기에 세워진 베네딕토회 수도원 잔해가 남아있다.  한때는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베네딕토 수도원이었다는데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수긍이 간다.  그  옆에는 옛날에 도시를 출입하던 웅장한 문이 있고 아직도 차량들이 그 문으로 다닌다.

시내를 벗어나 1.6km 쯤 걸으면 로마시대에 만들어져 11세기와 16세기에 중수되었다는 다리가 나온다.  그 오랜 세월을 버틸만큼 견고해 보였다.

다리를 지나 3.7km를 가면 두 개의 길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이웨이를 계속 따라 가는 길과 조금 멀지만 들판 사이로 나있는 옛날 로마시대부터 쓰던 길을 걷는것이다.   두 길은 그 곳에서 33km 정도 떨어진 Masilla de las Mulas에서 만난다.  나는 로마 길을 걷기로 했다.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제처럼 알베르게에 자리가 없을까 걱정되어 오늘 도착 예정지인 Calzadilla de los Hermanillos의 사설 알베르게에 전화하였더니 자리가 없다고 한다.   시립 알베르게는 예약을 안 받으니 만약 도착해서 자리가 없으면 택시를 타고 근처 마을에 가서 자고 다시 돌아 오기로 마음먹고 계속 걸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지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덕분에 알러지는 많이 좋아졌다.  로마길이라고 하지만 로마시대의 잔재 같은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 처음 본 야생 라벤더가 오늘은 길 주변에 많이 있었다.  집에서 화초로 기르는 꽃이 야생으로 이렇게 많은게 신기했다.  시립 알베르게는 자리가 많았다.  부엌 시설도 잘 되어있어 선물로 받은 라면을 드디어 끓여 먹을 수 있었다. 이 마을 수퍼 마켓은 달걀을 낱개로 팔아 5개를 사왔다.  세개는 삶고  둘은 내일 아침용으로 남겨 두었다.  끓는 물에 7분을 삶아야 하는 것을 잘못 알고 5분만 삶었더니 너무 덜 익은 반숙이 되어 내일 간식으로 쓰기는 힘들겠다.  전부 라면에 넣어 맛있게 먹었다.  이 시립 알베르게에는 한사람이 자원 봉사를 하며 운영되는데 오늘이 교대날이란다.  지금 자원 봉사자는 스페인의 카나리 섬에서 왔는데  2주 봉사를 끝내고 내일 집으로 간단다.   새로온 봉사자는 로마에서 왔고.  두 사람 모두 열심이었다.  로마에서 온 봉사자는 작년에 카미노를 걸었고  2주간의 봉사를 끝내면 작년에 마친 곳부터 계속 걸을 예정이란다.  같이 묵은 일본 순례자와 함께 모두 같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카톡으로 집에 전화하고 침대에 누워 John Denver를 듣다 잠이 들었다.

5월 15일 (금:  Day 21)  Calzadilla – Puente Villarente

 

아침에 일어나 fried egg와 grilled tomato를 만들고 알베르게에 있는 빵과 커피로 식사를 하니 오랜만에 집에서 먹는 아침 같았다.  이 알베르게는 시립이지만 정해놓은 가격이 없이 도네이션을 받는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을 잘 해 먹었고, 시설도 좋고, 특히 열심한 자원 봉사자들이 고마워서 넉넉히 했다.

 

처음 3.6km는 차도를 걸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흙과 자갈이 섞인 길을 걷는데 풍경도 똑같았다.  끝없는 밭사이를 걸으며 보니 어디서 나오는지 정말 물이 풍부했다.  크고 작은 수로를 통해 필요한만큼의 물이 잘 분배 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스페인의 곡창지대 같았다.

아침 먹은것 중에 무언가 잘못 되었는지 배가 불편해지기 시작해 소화제를 먹었다.  달걀 프라이를 할때 하나가 노른자가 깨져 있었는데 그놈이 원인인 것 같다.  빨리 많이 걸어 이겨보기로 하고 한참을 쉬지 않고 걸었다.  그랬더니 속이 좀 편해졌다.  로마 길로 17km 를 걷고나서 가까이 만나게 되는 하이웨이 옆의 Reliegos 마을에 들려 점심을 하고 그곳부터는 하이웨이를 따라가는 카미노길로 Mansilla에 가기로 했다.  오래된 교회 종탑에 지은 황새 집만 보다가 현대식 철제 타워에 지어놓은 집을 보니 신기했다.  어디든 높은데는 좋아하는가 보다.   

막상 Reliegos에 들어가니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사설 알베르게가 있어 파스타를 파냐고 물어보니 1시까지 두시간을 기다리라고 한다.  포기하고 나와 하이웨이 옆에 있는 공원에서 갖고 있던 오렌지로 우선 요기했다.  점심으론 파스타만 생각이 있어서 어짜피 6.2km 떨어진 Mansilla까지 가야 할것 같다.  가이드 북에 나오는 이 마을의 카페는 하이웨이 옆 카미노 길로 되돌아 가야 있는 것 같다.  카미노를 걸으면 몇백 미터라도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안든다.  Mansilla는 인구 1,900명의 도시인데 옛부터 순례자들의 중요한 쉼터였다고 한다.  시로 들어가는 문은 지붕은 없어졌어도 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그리로 출입을 한다. 시에 와서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완전 푹 삶아져 나왔다.  가격도 다른데보다 훨씬 비쌌다.  처음으로 바가지 쓴 기분이다.  카미노에서 저녁은 항상 메뉴에 가격이 있고 대개 10 – 15 유로이다.  그 가격으로 전식, 메인, 후식과 와인이 나온다.   점심은 거의 가격을 묻지 않고 시키지만  보통 파스타는 4 - 5 유로, 보카디오 3 – 3.5 유로에 맥주나 와인이 1 - 1.5유로한다.  그런데 이집은 스파게티와 맥주가 9유로다.  저녁값 수준이다.  

점심을 끝내고 나니 오후 2시30분이다.  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그래도 Santa Maria 성당이 열려 있어 떠나기 전에 잠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Puente Villarente에 도착해서 제일 인기있는 사설 알베르게에 들어오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카나다의 Pat과 Shelly가 택시를 타고 도착했고, Denver의 Julie, 그리고 어제 인사한 오스트렐리아의 Tam과 Linda 부부가 있었다.  알베르기 뒷마당에서 Pat과 Shelly와 한가하게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가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5월 16일 (토:  Day 22)  Puente Villarente  -  Leon 

 

오늘은 Leon에서 묵을 예정이다.  Puente Villarente에서 12km밖에 되지 않는다.  Mansilla에서 일찍 출발한 사람들이 많아서 걷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차도를 따라 걸은지 얼마 안되어 Leon의 교외 지역이 나왔다.  Leon은 인구가 13만명으로 로마 7군단의 주둔지로써 도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당시 성벽이 남아 있다. 

일찌감치 ‘아씨시의  샌프란시스코’ 알베르게에  도착해 침대를 배정 받았다. 정오도 안되었는데 등록을 받아 다행이다.  한방에 4명이 자고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있는 훌륭한 시설이다.  우선 짐을 놓고 시내에 나가 필요한 일들을 봤다.  제일 중요한 일은 플래쉬의 배터리를 바꾸는 일이다.   밤에 화장실을 가거나 새벽에 짐을 쌀때 요긴하게 쓰는 작은 플래쉬인데 동전처럼 생긴 배터리를 작은 마을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다.  약국에 들어가 배터리 살  수 있는 곳을 물어보니 전기 상회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배터리를 갈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에 화장품 상점이 있어 비누와 로션을 샀다.  배낭 무게에 신경을 써서 이런 소모품의 여분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보충하는 일이 쉽지 않다.  작은 싸이즈나 내가 쓰는 상표를 찾을 수 없었다.  다음에 장기간 배낭 여행을 한다면 여분을 가져갈 것이다.   꼭 필요한 것들은 다 샀는데 모자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다.  Baseball cap 을 파는 곳이 많지 않았다.  한동안 비가 안 온다니 우선은 괜찮을것 같다.

 

대성당과 오늘 저녁에 미사를 볼  San Isidoro 성당 그리고 가우디가 지은 건물을 돌아 보았다.   대성당은 13세기에 고딕 스타일이 처음 시작될 때 지은 성당인데 스테인드 글래스가 뛰어났다.   많은 부분이 오리지날이란다.  건물 구조상 문제가 많아 17세기에 교회의 중심부가 무너져서 고쳤다고 한다.  19세기에 다시 무너졌을 때 처음 수리를 맡은 이름있는 건축가가 실패하여 성당 전체가 거의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다행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무명의 건축가로 교체해서 성당을 살릴 수 있었단다.   성가대 좌석과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이 독특했다.  성당에는 역시 성모상이 많이 있었는데 임신한 성모상이 눈에 띄었다.

San Isidoro 성당은 11세기에 지은 성당으로  Seville의 대주교이고 유명한 신학자였던 Isidoro 성인의 유해가 있다.  정면에 문이 둘이 있는데 오른쪽 문이 ‘용서의 문’ 이다.  몸이 아파 도저히 싼티아고까지 갈 수 없는 순례자가 이 문으로 들어가면 똑같은 속죄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주어졌다고 한다.  왼쪽 문은 입구와 그 둘레가 화려한데 비해 오른쪽 문은 아주 간결했다.

 

가우디의 Casa de Bontines는 최초로 귀족이나 종교단체가 아닌 민간 중산층의 재원으로 지어진 건물이라서 의미가 크다고 한다.  나중에 바셀로나의 Sagrada Familia 성당이 같은 방식의 재원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열려있지 않아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주말이어서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전통 복장을 한 악단의 공연도 보였다.  곧 지방 선거가 있을 모양인지 카미노 마을마다 후보자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이곳 큰 번화가에서는 한 후보자가 길에 서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선거운동과 비슷해 보였는데 후보자나 주위의 선거 운동원이 유니폼을 입지 않아 덜 인상적이었다.  황새는 이 큰 도시에까지 와서 둥지를 틀고 있었다.  시내 구경을 하다가 지난 며칠간 여러번 마주친 50대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그간 이야기를 나누며 친숙해져 반가웠다.  같이 앉아 커피를 했다.  비수기인데도 시립 알베르기가 일찍 만원이 되어 다음 마을로 가려고 한단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씩 앞서 있으려고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그 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커플도 만나 밀린 인터뷰를 했다.  다큐를 영어로 만든다며 영어로 인터뷰를 했는데 카미노를 걷게 된 동기, 지금까지의 경험,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느냐 등을 물었다.  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나면 항상 뒷맛이 개운치 않은데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다. 

알베르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빨랫감을 맡기고 San Isidoro 성당의 순례자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후 저녁을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중국집으로 가기로 했다.  Google map을 따라 한참을 걸어 찾아서 오랜만에 밥과 hot & sour soup, 매운 오징어등으로 맛있게 먹었다.  알베르게에 오니 9시30분쯤 됐는데 빨래가 다 되어있단다. 빨래를 챙겨 가격을 물으니 서비스란다.  믿기지 않았다.   

 

5월 17일 (일:  Day 23)  Leon – Villadangos del Paramo 

 

일요일이라 아침을 먹을곳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알베르게 건너편에 문을 연 카페가 있었다.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고 출발하니  8시였다.  Castilla y Leon 지역에 들어 와서는 대부분 아침 메뉴에 토스트가 있다.  그대신 크로쌍은 보기 어렵다.   시내를 빠져 나가는 곳에 San Marcos 광장이 있다.  그곳에 순례자 병원으로 시작해서 싼티아고 기사단의 본부가 되었다가  다시 왕궁으로 바뀐 멋진 건물이 있다.  지금은 스페인 정부에서 운영하는  5성급 호텔이다.  호텔 앞에 있는 순례자 동상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Leon의 인구는 지금 까지 지나온 큰 도시 Pamplona, Logrono, Burgos에 비해 제일 적지만 교외 지역을 합한 전체 도시권은 제일 크다는 인상이 들었다.  시내를 나와 한시간 이상을 걸어도 상가와 주택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나서도  BMW, Boeing같은 다국적 기업 로고가 붙어 있는 산업 건물이 한참 나왔다.  

Leon에서 6km 떨어진 도시 La Virgen del Camino에서 카미노를 걸으며 처음으로 현대식 건물의 성당을 보았다.  이곳은 16세기초 성모님이 발현한 성지로 1961년에 원래의 성당을 헐고 지금의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교회 정면에 성모님과 성인들의 조각이 있는데 바셀로나의 가우디 성당 (Sagrada Familia) 입구를 조각한  조각가의 작품이란다.  제대뒤에는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있는 성모상 (Pieta) 이 있었다.  

지금 까지 카미노를 걸으며 느낀 것중의 하나가 성모님에 대한 공경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성모 (Santa Maria) 나 동정녀 (Virgen) 라는 이름이 들어간 성당이 굉장히 많고,   5월이 성모 성월이라 그런지 미사전이나 후에 묵주기도를 바치는 곳이 꽤 있었다.  성당의 제대뒤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동양적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대성당에 있는 소성당 (chapels) 중에도 성모님을 위한 곳이 꼭 있었다.  어느 성당이든지 몇가지의 성모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다양했다. 

성당을 같이 둘러보며 나에게 정문의 조각가에 대해 알려준 50대의 독일 여자와 함께 다시 걸었다.   유럽의 기독교 현실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있다.  카미노를 걷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기독교를 접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는데 미사와 안내문이 거의 스페인어로만 되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독일 사람들이 카미노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10여년전에 유명한 코메디언이 쓴 순례기가 베스트 쎌러가 되면서 란다.  스트레스로 녹초가 된 이 코메디언은 카미노를 걷고 새 활력을 찾았는데 그 경험을 코믹하게 썼다고 한다.  엄마가 반목하는 두 딸에게 카미노를 같이 걷는 조건으로 유산을 주겠다는 유언을 소재로 한 영화도 인기가 있었단다.   이 영화는 나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미국에는 소개되지 않은것 같다.  내가 속한 동호회에서 한번도 언급된 기억이 없다. 

 

오늘 길도 밭길을 걷는 옵션이 있지만 하이웨이를 따라가는 본래의 길로 가기로 했다.  Villadangos에 오니  2시 30분인데 더 이상 갈 마음이 나지 않는다.  어제 Leon에서 너무 많이 돌아다녔나 보다.  알베르게에 들어 샤워와 빨래를 하고 성당도 볼겸 동네 구경에 나섰다.  Leon에 오기전까지는 카미노 마을들이 모두 비슷한 느낌의 색깔과 자재를 써서 튀어 보이는 집들이 없었다.  그런데 이 동네는 개성 있는 집들이 꽤 보였다.  농업이 아닌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가보다.  성당은 문이 잠겨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2편 끝

- 기사정리및 포스팅 홍보부, 천다니엘 -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1편)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2편) -지금 보시는 편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3편)
Camino de Santiago(싼티아고 순례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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