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사람을 믿지 말라

Submitted by 김관숙 크리스티나 on Mon, 05/02/2011 - 02:45

,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는 경우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람의 기준은 맑은 영혼과 신의다. 그 중에서 신의를 나는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뒷감당도 못할 말을 순간순간의 윤활유쯤으로 여기고 함부로 남발하는 사람은 얼마 못 가 본 바탕이 들통나게 마련이다. 말은 곧 인격이자 그 사람의 신의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진실한 한 마디는 나락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진실한 행동은 백 마디의 말보다 더 사람을 감동시킨다.

살아가면서 내가 정해 놓은 잣대 대로 살아지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번드레한 말에 깜빡 속아서 좋은 사람을 만났나 보다고 가슴을 두근거리다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실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 날도 사람에 대한 실망감의 그 씁쓸한 뒷맛을 씹으며 성경을 펼쳤다.

 

다시는 사람을 믿지 말라. 코에 숨이 붙어있을 뿐 아무 보잘 것 없느니……’

 

마치 내 심정을 꿰뚫어 본 이사야 예언자가 충고를 하는 말처럼 들렸다. 이미 그 구절에는 빨간색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공감하는 구절이기에 밑줄을 그었을 텐데 그런 구절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면서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기대를 걸고 믿었다가 또 실망을 가득 안았던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대인관계나 인생 그 자체에 기대를 버리고 살아간다면 슬픔이나 고통이 줄어들까……그럴지도 모른다. 선인들이 추구하는 진리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일체의 것으로부터의 자유! 덧없고 덧없는 세상사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존재는 깃털처럼 가벼워 져서 무한의 세계를 훨훨 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특히 나 같은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초면인 사람도 일단 말을 트고 통한다 싶으면 내 속을 홀라당 뒤집어 보이는 게 바로 내 성격이다. 더러는 감추고 나중에 보이는 것도 있어야 신비함의 매력도 유지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력 빵점이다.

 

나를 너무 잘 아는 집안의 동생은 매우 걱정하면서 말한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속을 다 내보이면 그 사람의 밥이 되거나 종내는 이용을 당한다는 거였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응수를 한다.

남의 진심을 약점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나쁜 거지.

 

엄밀하게 말하면 감정 절제가 잘 안 되는 나의 변명인 셈이다. 나는 여전히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을 믿고 관심과 사랑을 주면서 잠깐씩 가슴 설레이는 행복감을 맛본다.

 

여기서 끝나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잣대로 그 사람을 보면서 실망하여 마음을 앓는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 부모 세대의 어른들을 보면서 이다음에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결심하게 만들던 온갖 노추(老醜)의 모습들을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부쩍 늘었다. 나이가 들면 집착이나 아집 따위는 쉰 떡 버리듯 쉽게 버리게 되는 줄 알았다. 사람에 대한 기대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바라는 대로 남이 해주기를 더 많이 바란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나부터도 보잘 것 없는 존재인 게 분명하다. 보잘 것 없는 내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투덜대니 말이 안 된다.

 

어쩌면 이사야 예언자는 그런 의미로 사람을 믿지 말라고 선포한 게 아닌지. 나 자신도 믿지 못하는 존재가 어찌 남을 믿겠느냐고.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렇다.

 

나 자신도 믿지 못하는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에 나는 또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믿게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다시 배신감과 서운함을 맛보게 되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게 바로 사는 것이라고. 그렇게 깨지면서 변화되고 성장하는 게 사람이라고. 하느님께서 몸소 불어넣으신 숨을 거두시면 아무리 대단한 권력가나 재력가도 한낱 흙으로 돌아가는 게 인간의 운명이다. 이 법칙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게 무력하고 아무 보잘 것 없는 사람끼리 서로 관심과 사랑을 거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이사야 예언자는 역설적으로 외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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