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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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사이로 보이는 가을빛이 참 곱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 집 현관 앞에 감을 두고 가는 분이 있다. 올해도 맛있게 먹으라는 글과 함께 감을 수북이 담은 그릇이 현관 앞에서 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들반들 예쁜 것만 골라 담아 주신 정성이 가을빛으로 걸어와 따뜻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떫은 감을 술 독이나 소금 물을 탄 항아리에 넣고 삭히던 기억이 난다. 떫은 감을 단감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간식거리가 귀했던 시절에 햇볕에 여러 날 말리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숙성시켜 가족에게 단감을 주려는 마음이 앞섰을 것이다. 가난 속에서도 나무 꼭대기의 것은 새들을 위해 남겨두는 여유는 잊지 않았다. 땡감은 어두운 항아리 속에서 두려움의 시간을 견디며 발그레한 홍시로 재탄생할 날만 기다렸을 것이다. 먹빛 속에서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홍시는 반짝이는 주황빛을 띄며 그리워하던 밝은 세상으로 다시 나온다. 말랑말랑해진 연시 맛은 부드럽고 감도가 높다. 홍시에 대한 경건함과 미안함을 안고 나는 가을을 기다린다. 홍시의 촉촉함을 기다린다. 감은 안팎의 색이 똑같다. 겉과 속이 다른 과일 중에서 수박 속을 보면 녹색과 대비되는 빨간 색의 황홀함과 시원한 단 맛은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겉과 속이 다르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어떤 사람을 칭할 때 저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다 란 말을 들으면, 일단 관계 맺기를 망설인다. 나는 사람을 잘 믿는 편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잠 못 이룬 적도 여러 날 있었지만, 상대방 마음도 그리 유쾌하진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타인을 힘들게 했던 일도 많았을 것이다. 나로 인해 힘들었을 사람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가 만든 정이 결핍된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시인은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라고 말했듯이 사랑과 미움도 스킨 터치를 하는 관계 속에서 생기는 일이다. 코비드19가 사라져 뜨겁게 손을 잡고 이야기할 날이 속히 돌아왔으면 좋겠다. 뒤뜰 테이블에 올려 둔 감이 햇살을 덮고 고요하다. 새도 비껴가는 우리 집 어린 감나무 가지는 밤 크기 만한 감을 대여섯 개 달고 힘에 겨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속히 자라 지금껏 받은 분들에게 보답할 날이 오기를 감나무와 약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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