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가지러 가는 네 손을 낮추어라

작성자

양신옥 안나

작성날짜

02-24-2019 Sunday
 

내가 어릴 적 살았던 동네 입구에 조그만 빵집이 하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부드러운 식빵을 샀지만 나는 단팥빵을 좋아했다. 빵 가게 주인아저씨는 학교가 파할 시간이면 잘못 구운 빵 자투리를 소쿠리에 담아 나눠주곤 했다. 배가 고픈 아이들은 아저씨가 자주 빵을 망치기를 기다렸다. 매일 아침, 그의 아내는 노를 젓듯이 큰 주걱으로 가마솥의 팥을 저었다. 이른 아침부터 동네가 구수한 팥 냄새로 물들었다.

그 가게가 오랫동안 유지된 것은 주인아저씨의 장인정신 때문이라고 했다. 도공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도자기를 깨트리듯이 그분은 빵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빵을 가위로 잘게 자른다는 소문이 났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부가 허기진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별도의 빵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빵을 만드는 과정은 기다림이다. 반죽이 부풀려지기를 기다린 후 모양을 만들어 오븐에 넣고 구워지는 과정은 밥을 짓는 것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긴 기다림 후에 따끈따끈한 빵을 오븐에서 꺼냈을 때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꽃향기보다 기분이 좋다. 일본의 어느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브람스의 실내음악을 듣는 것과 갓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 등에서 찾는다고 한다. 그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한때, 우리는 시카고에서 두시간 이상 떨어진 도시에 산 적이 있었다. 가도 가도 옥수수밭만 펼쳐진 동네는 심심했지만 평화로웠다. 아이들은 야트막한 언덕을 산이라 불렀다. 눈이 오면 언덕에서 눈썰매를 탔다. 그곳에는 작은 한국 식품점이 있었지만 한국 빵은 없었다.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했다. 나는 빵 굽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쉬운 것부터 구워보았다.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런대로 풍미는 좋았다. 부드러운 것부터 통밀을 섞은 거친 빵까지 다양하게 구웠다. 시간이 갈수록 주위 사람들은 빵 냄새가 나는 우리 집을 좋아했다. 남편도 어린 아들도 즐거워했다. 빵은 가난한 가족에겐 한 끼의 식사였고 기쁨이었으며 주변 사람에겐 나눔이고 사랑이었다.

한 개의 빵을 만들기 위하여 밀가루와 설탕, 소금 등의 다양한 재료가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밀은 햇볕과 바람과 물, 농부의 땀방울과 고통이 없이는 척박한 땅에서 꽃을 피울 수가 없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농부의 마음을 생각하고 먹는다는 것은 음식에 대한 예의이고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느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

옛날 칠레사람들은 빵을 신의 얼굴이라 부르기도 했다. 빵은 포도주와 함께 성찬의 요소 중 하나로 카톨릭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영성체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내 안에 모시기 1시간 전에 공복재를 권한다.

       제목; 가브리엘라 미스터럴(Gabriela Mistral)의 시에서 인용

daily b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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