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천사를 보내 우리를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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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시편: 91장 11절) 한국의 버스 운전자석 앞엔, 긴 웨이브 머리에 흰색 원피스 모양의 옷을 입고 꿇어앉아 기도하는 소녀의 그림 액자가 걸려있곤 했다. 친절한 운송 회사는 그 그림 옆에 “오늘도 무사히”나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시를 적어서 걸어두기도 했다. 희뿌연 새벽에 일터로 가는 고단한 사람들에게 그 그림과 시가 삶의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학창시절 시험 기간 중, 당일 벼락치기로 외운 것들이 정리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만원 버스 속에서도 공식을 외우다가 그 소녀에게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내 기도도 슬쩍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 교회를 다니던 친구들이 너를 위해 기도해줄게 라는 말을 종종 들었기 때문에 튀어나온 주문이었을 것이다. 철없던 여고 시절의 일이었지만, 위급할 때 기도를 부탁했던 일이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내가 그 그림을 소녀의 기도라고 말하지만, 원제목은 소년의 기도라고 한다. 영국화가 레이놀즈(Joshua Reynolds)가 1776년에 구약성경 속의 사무엘의 어릴 적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유화이다. 구원자 예수님을 믿으며 그분께 정성껏 기도하며 예언자가 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온종일 가족의 밥을 위해 일한 손, 상처 난 손, 주름투성이 손, 예쁘게 네일아트를 한 손, 통통한 아기의 손으로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다. 하느님의 메신저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보낸 날개 달린 천사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나는 가끔 날개 없는 조용한 천사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들의 손은 하나 같이 따뜻하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며칠 전 바람 부는 공원에서 옷을 얇게 입은 내 모습이 추워 보인다며 일면식도 없는 멋쟁이 여인이 자신이 맨 두툼한 목도리를 내 목에 걸어 주려고 했다. 그것을 내게 주면 자신의 긴 목이 나보다 더 추울 것 같아 극구 사양했지만, 그 여인의 마음이 봄바람을 타고 온 풀 향기 같았다. 때로 선물 같은 사람을 만나는 날은 기분이 좋아지며 겸손해진다. 그날은 따뜻한 천사를 또 한 명 더 보내주신 날이었다. 당신은 영원 무궁토록 찬양 받으실 분이심을 사랑으로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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