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 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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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에 봄이 여름을 성급하게 데리고 온 듯하다. 여름날 시골 마을의 단조롭게 펼쳐진 산과 들의 초록마저도 권태롭다고 말했던 어느 작가와는 달리 베이 지역의 산과 들의 비단결 같은 초록은 지루할 틈이 없다. 지난여름 무더위를 견디며 메말랐던 언덕에 홀씨를 퍼트린 생명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예수님은 들꽃 한 송이도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의 영광을 능가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작가 위화의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인생으로 개정)이 있다. 주인공 푸구이는 남부러울 것 없는 대지주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노름빚으로 조상이 대대로 이룬 전 재산을 잃는다. 그로 인해 그의 아버지는 병으로 생을 마감한다.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난 슬픈 가족사를 민요채집을 하러 다니는 젊은이를 우연히 만나 자기 일생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는 빚으로 모든 것을 빼앗아간 사람의 가난한 소작 농부가 된다.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쓰러져 의사를 부르러 성안에 나갔다가 뜻하지 않게 국민당의 병사로 징집되어 2년간 전쟁터에서 보내다 귀향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었고, 전쟁으로 아내와 딸, 아들은 모진 고생을 견뎌낸다. 행복과 불행은 예측하지 않고 오는 것이어서 좋은 일이 있은 다음에 화가 생길 수도 있고, 나쁜 일이 있고 난 뒤에 좋은 날이 오리라는 낙천적인 생각으로 살아간다. 결국엔 병과 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자기 나이와 비슷한 늙은 소 한 마리와 마지막 동반자가 되어 운명과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초연하게 고난을 견뎌내는 것이 보통의 삶이며 인생이라고 그는 말을 한다.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 사람마다 고통을 이기는 차이가 있다. 잘 견디고 일어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 시련을 견뎌내는 사람은 희망이라는 삶의 진득한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은 믿음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느님은 인간의 고통을 원치 않으시며 하느님 본래의 계획은 낙원이었다고 한다. '끝까지 견디어 내는 이는 구원을 얻으리라' (마태복음 24:13) 올봄은 유난히 비에 젖은 꽃들이 화려하다. 수많은 꽃들이 자기 이름으로 색과 향기를 가지고 있듯이 우리의 인생도 각자의 향기를 가지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비 내리는 창가에 서서 내가 남에게 의미없이 한 말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무심코 띄운 문자가 문제성 발언은 아니었는지, 옆에서 옛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듯한 빌리 조엘의 감미로운 피아노맨을 들으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내게 추억을 연주해 줄 수 있겠나? 그게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지만 그건 슬프고 달콤해. 내가 젊은이의 옷을 입고 있었을 때 완전히 알았는데.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줘. 당신은 피아노맨 이잖아. 오늘 밤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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